대한민국 철강업계에 몸담고 있던 지인이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 철강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될 거야.” 당시에는 위기의식이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그 말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민국 철강산업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고, 특히 중국과의 경쟁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습니다. 강력한 생산 능력과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 철강업체들이 우리 시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까요?
중국, 세계 철강산업의 최강자로 떠오르다
중국은 현재 세계 철강 생산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중국의 조강(粗鋼) 생산량은 10억 톤을 넘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약 7천만 톤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단순 생산량에서만 비교해도 10배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중국이 이렇게 철강 생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국가 차원의 대규모 지원입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철강업체들에게 값싼 전기와 저렴한 원재료를 제공합니다. 또한, 자국 내 철강 수요를 기반으로 엄청난 규모의 생산시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둘째, 저가 공세입니다. 중국산 철강은 한국보다 최대 20~30% 저렴합니다. 이는 단순히 원가 절감 때문만이 아닙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덤핑 전략이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중국산 철강이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면서, 한국 철강업체들은 가격 경쟁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습니다.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 생산 비용과 규제의 이중고
반면, 한국의 철강업체들은 점점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생산 비용 증가입니다. 전기료, 원재료비, 인건비가 모두 상승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력 요금이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철강을 생산하려면 엄청난 전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계속 오르고 있어 철강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전력 요금을 낮게 유지하며 자국 철강업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 규제도 한국 철강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물론 친환경 정책이 중요하지만,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생산 비용이 더욱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국 철강업체들의 대응 전략, 해법은 있을까?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중국과 단순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용 고급 강판, 항공기 소재, 친환경 철강 등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군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실제로 POSCO와 현대제철은 초고강도 강판과 친환경 강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별화 전략이 없다면, 저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해외 시장 개척과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
국내 시장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합니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 다양한 시장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철강업체들은 현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해야 합니다.
또한,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현재 철광석과 석탄 등 주요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구조에서는 중국의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한국 철강업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원자재 공급선을 호주, 브라질, 인도 등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철강산업, 지금이 변곡점이다
철강산업은 대한민국 경제의 중요한 축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린다면, 철강산업이 장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해외 시장 개척,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와 같은 전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이 변곡점입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대한민국 철강산업이 다시 한번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철강업계와 정부, 그리고 기업들의 대응에 달려 있습니다.